레거시(Legacy)란 유산이라는 뜻입니다. 구약에서는 ‘기업’으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처음 레거시아카데미 입학을 추천받았을 때, 나에게 생소하고 뜬금없는 단어와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할 수 있을까? 내가 남겨줄 유산이라니?’라는 생각에 몇 번을 사양했었습니다. 원래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 때문에 강권에 못 이겨 맨 마지막에 등록하고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던 일도 정리하고, 몸이나 돌보면서 하루하루 살아내야 할 나이에 새로운 도전, 레거시로의 여행은 참으로 값지고, 놀랍고,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시편 92:14)” 레거시의 요절 말씀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빛이 바래고 진액은 다 마르고 앙상한 노인의 모습이 아닌, 결실하고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한 노인이라니.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젊은이들에게 훈장노릇이나 하는 사람으로 여겨질 수 있는 노인이 아닌, 창조적인 인생 후반의 삶을 선물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하는 것은 어쩌면 단순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하루 무탈하게 잘 지내고 자녀들에게 물질적 유산을 할 수 있는 대로 많이 남겨 주고, 오래 앓지 않다가 잘 끝내는 것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라는 희망사항일 것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은퇴기간은 2주라고 하는데, 우리는 은퇴기간을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는 건 아닐까, 이 무슨 낭비일까 돌아보아야 합니다. 레거시아카데미에서 저는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손 놓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세대가 아니라 하나님나라 확장을 위해, 이웃을 더 잘 섬기기 위해, 자녀들에게 믿음의 영적 유산을 잘 넘겨주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궁무진함을 성경속의 많은 믿음의 선진들에게서, 같이 공부했던 레거시님들의 여러 간증과 체험 속에서 구체적으로 배웠습니다.
레거시에서는 두 가지 큰 미션이 주어집니다. Finishing -well과 Passing – well이 그것인데, 패스는 릴레이 경주에서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잘 넘겨주어야 하고, 다음 주자 또한 떨어뜨리지 않고 잘 넘겨받아 달려야 합니다. 아무리 달리기를 잘했다 하더라도 바톤터치에 실패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인생을 흔히 운동회의 달리기에 비유합니다. 우리는 지금 운동장에서 달리기하는 선수들입니다. 길고 지루한 달리기를 하며 넘어질 뻔한 위기도 겪었고, 어느 순간에는 선두에서 달리기도 하고, 점점 뒤처지다가 꼴찌가 되기도 합니다. 선두에 있을 때나, 꼴찌로 뛸 때나 외롭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선두에서 달릴 때는 뒷사람이 치고 나오지는 않을까 불안하여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고, 꼴찌로 처졌을 때는 앞사람과 간격을 좁혀보려고 심장이 터질 듯한 심호흡을 하며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도 했지요. 어쩌면 우리 세대는 출발선상에서 출발신호를 알리는 휘슬이 울릴 때부터 불리한 조건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인 장거리 경주를 하는 동안, 앞에서 이끌어 주시고 등 뒤에서 밀어주시고, 곁에서 어깨동무를 해 주시며, 때로는 업고 달려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돌보심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내 손에는 하나님을 믿고 지금까지 달려왔던 수많은 간증의 기록이 적힌 두루마리 바톤이 들려 있습니다. 달리기를 마치는 지점에서 이 바톤을 후손인 다음 주자에게 안전하게 넘겨주어야 비로소 Passing – well, Finishing – well 이 되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믿음의 계승을 위하여 레거시아카데미를 통해 많은 배움과 토론을 했고, 이제는 자신을 재점검하며 숨을 고르고 속도를 조절하는 중입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이나, 따뜻한 이웃들의 친절한 섬김이나, 지쳐 울고 있는 이웃들을 보지 못했음을 돌아봅니다. 어쩌면 그들도 나와 함께 운동장에서 달리는 사람들이었을 텐데요. 그들과 함께 달리며 넘어진 선수들을 일으켜 세우고 함께 결승전에 다다를 때까지 주님의 도우심을 구하며 가다 못가면 하나님 등에 업혀서라도 완주하기를 소망합니다. 나를 부족하다 여기지 아니하시고, 끝까지 선한 길로 인도해 주신 하나님을 바라보겠습니다.
하나님은 구부러진 막대기로도 곧은 선을 그으시는 분이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성공적인 사역계승, 믿음의 계승을 주님과 함께 이루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세월이 더해 갈수록 닳아 없어지는 소모적 인생이 아니라, 아침마다 새롭게 하시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빚어 주시는 창조적 인생임을 알게 해주신 레거시, 감사합니다.
지난 5월, 예배아카데미에서 맷 레드맨과 플래닛쉐이커스의 오픈특강이 진행됐습니다. 주일학교 찬양팀을 섬기며, 찬양인도자로서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느끼던 중, 오픈특강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십리더들의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되었고, 그동안 찬양팀으로 섬기며 생겼던 궁금증들에 대한 해답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맷 레드맨의 강의를 통해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찬양인도의 목적이 전적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해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의 하나님이 아닌, 천지만물을 창조하신 전지전능하시며 모든 것을 초월하실 수 있는, 구속 사역을 성취해 내신 우리의 가장 위대하신 하나님이심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끊임없이 자신을 하나님 앞에 낮추어 겸손한 한 사람의 예배자로 서고자 하는 맷 레드맨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의 칭송에 자칫 교만해지기 쉬운 유혹이 들 때, 물리적으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간절한 기도로 나아간다는 고백에 도전을 받았습니다.
플래닛쉐이커스 멤버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깨닫는 점이 많았습니다. 여러 명의 멤버들이 함께 찬양을 만들고 부르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가 함께 하나님 앞에 나아간다는 점이 크게 와 닿았고, 찬양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함께 부르도록 주신 것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하며 공들여 쌓은 실력과 결과물 모두를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한, 가난한 과부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하나님께 내어 드렸듯이, 찬양 시간에 나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올려드리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간증에, 저 스스로는 어느 정도를 하나님께 내어드리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찬양인도자 뿐만이 아닌, 악기 연주자를 포함한 찬양팀 전체가 예배인도자라는 점, 하나님의 기름 부으심 때문에 자신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 내가 경험하고 있는 하나님의 크신 은혜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름답다는 점을 함께 배우게 되었습니다.
두 주간의 오픈특강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찬양인도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조언들과 더불어, 찬양인도자의 올바른 마음자세, 매주 반복되는 예배를 매주 새롭게 올려드릴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어 매우 유익했고, 질의응답시간을 통해 각자의 예배의 자리에서 여러 모양으로 찬양사역을 하고 있는 많은 예배자분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큰 위로와 도전이 되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사랑글로벌아카데미 카나 작가의 작품 두 점이 기증되어 강남캠퍼스 2층 복도에 전시되었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은 <놀라운 은총_ 역동의 빛> 시리즈로 어둠을 쪼개는 빛, 부흥의 공진을 추상화한 작품이다. 카나 작가는 “저의 작품 주제는 ‘빛과 에너지’ 입니다. 제가 그리는 에너지는 ‘살아있는 에너지, 생명력’ 인데, 생명력이란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여 나가는 힘, 사물이나 현상의 본질적 기능을 유지하여 나가는 힘입니다. 그 힘은 강력한 추진력과 심장이 뛰고 피가 흐르는 듯한 역동적인 힘으로 가득하고 예측불허 하면서도 카오스 이론처럼 불규칙적이지만 결정론적 운동을 보여줍니다. 피가 통하여 우리의 신체가 ‘나비 효과’로 움직이는 것처럼, 저의 신묘막측한 구조감은 이를 시각화 합니다. 이 시각적 요소는 제 작품의 큰 특징입니다. 금분, 은분 등 골드 색의 다양한 혼합 안료들은 빛이자 색이면서도 색이 아님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재료입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어둠’ 이 필요합니다. 빛의 안료는 전세계의 골드 안료를 통해 다양한 빛남을 담은 물감을 직접 제작합니다. ‘어둠’은 깊게 스미는 먹과 아크릴 등으로 깊은 층을 만들어내고, ‘빛’은 오일 미듐과 바인더 등 최상의 재료를 혼합하여 금분, 은분 입자의 광택이 그대로 살아 있도록 적절한 비율로 만듭니다. 제작 과정은 역동적인 액션 페인팅을 시간 차를 두어 쌓아 나가는 형식으로 두터운 마띠에르를 표현하여 ‘빛’의 층을 만듭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카나 작가는 갤러리 나바 (NABA, Contemporary Christian Art Gallery)에서 12번째 개인전 <한 사람 Agnus Dei >이란 제목으로 6월 10일(토)부터 9월 9일(토)까지 진행된다. 카나 작가는 “개관 기념 특별 초대 작가로서, 하나님 아버지께 나바 갤러리와 함께 감사의 마음으로 첫 열매인 두 작품을 먼저 사랑글로벌아카데미에 기증하게 되어 큰 감사를 올려드립니다. 역동적인 영적 리더를 양성하여 다음세대에 비전을 심고 미래의 날을 열어갈 사랑글로벌아카데미에 하나님 아버지께서 놀라운 은총을 부어 주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2021년도에 인구와 관련된 연구조사로 저명한 미국의 퓨연구소 (Pew research center)에서 우리가 경청해야 할 조사를 발표했다. 주요 선진국 17개 나라의 성인 19,000명을 대상으로 “당신의 삶에서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가(What makes life meaningful?)”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주요한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국가 (17개 나라 중 14개국)에서 제1순위로 가족을 꼽았는데 한국이 특징적인 예외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은 물질적인 풍요를 제1순위로 꼽았고 2순위로 건강을, 가족은 제3순위로 밀려났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선봉이라 할 수 있는 미국조차도 물질적 풍요는 친구 다음인 제3위에 머물렀다. 한국인의 선호도를 보면 관계보다는 소유와 자기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사조에 힘을 보태는 다른 조사 결과가 최근에 발표되었다. 서울 시민의 81%가 자녀를 ‘경제적인 부담’으로 느낀다고 답하여 조사대상 15개 중 가장 높았다.
조사대상국의 평균치가 52.9%임을 고려할 때 서울시민의 81%라는 수치는 매우 높다. 반면에 자녀를 인생의 기쁨으로 인식하는 비율에서는 서울시민은 68.1%로 15개 도시 중에 13위로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 자녀를 키우는 것이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뿐 아니라 기쁨보다는 고생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러니 출산율이 0.78%(2022년 기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을 수밖에 없다. 자녀를 가족의 중요한 원천으로서 행복과 기쁨을 주는 관계적 관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편익 관점에서 자녀를 인식하는 것 같다.
둘째, 빠른 탈종교화 내지는 세속화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대상 17개 국의 종합순위를 상위 우선순서 별로 살펴보면 1위 가족(38%), 2위 직업(25%), 3위 물질(19%), 4위 친구(18%), 5위 건강(17%)의 순서로 내려오다가 맨 밑에서 두 번째 순위가 종교(2%)이다. 종교 순위는 꼴찌인 반려동물 (1%)과 거의 차이가 없다.
탈종교 현상이 오래전부터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세속화로 인한 탈종교화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갤럽 조사(2021년)에 의한 우리나라의 종교분포를 보면, 개신교의 비중이 2004년에 21%로 정점을 찍은 후에 2014년까지 정체현상을 보이다가 2021년에는 17%로 4%P나 감소되었다. 개신교 비중이 17%였던 해가 1984년이니 37년 전으로 후퇴한 셈이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세대 30년 후에는 기독교 비중은 훨씬 더 줄어들지도 모른다. 영국의 교회같이 되기 전에 손을 써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반면에 같은 기간에 ‘종교없음’의 비중은 50%에서 60%로 크게 증가되었다. 종교 문제를 다룬 미국 미시간 대학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잉글하트(R. Inglehart)에 의하면, 2007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대부분의 종교가 급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는 종교급락의 핵심 요인으로 현대화에 따른 세속화를 들고 있다. 종교급락이 촉발된 2007년도의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탐욕과 투기자금이 결합되어 만든 파생상품을 혁신적인 금융상품으로 포장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팔았다. 그 과정에서 버블이 형성되었고 급기야 2007년에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더 많은 돈을 벌겠다고 물리학 박사들까지 파생상품 개발하는 데 뛰어들었다. 돈을 쫓는 머니 게임에 매몰된 ‘돈 바벨탑’으로 상징되는 세속화의 표상이 2007년 금융위기라 할 수 있다.
거센 세속화의 물결이 휘몰아치는 세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성경적인 가치관의 삶으로 회복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사랑글로벌아카데미의 시대적인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바알 우상적인 물질숭배 사상에 예속되어 성경적인 가치관이 빠르게 침식당하고 있다. 우리의 삶 곳곳에 광범위하게 스며든 세속화를 극복하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 일에 사랑글로벌아카데미가 일익을 담당하게 되길 기도한다.
지난 6월 3일 ‘빌리그래함 50주년 전도집회’의 부르짖음이 세속화의 파도를 막아내는 방파제가 되길 기도한다. 여의도 집회에 참석했던 1973년 당시의 청소년들이 이제는 조부모가 되어 각 가정에서 제사장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손자손녀들에게 온전한 신앙계승을 위한 기도와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소명을 달성하기 위하여 레거시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 레거시아카데미의 모토인 ‘수선대후’의 신앙계승인 ‘Passing well’과 섬김의 봉사를 표상하는 ‘Finishing well’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