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글로벌아카데미(SaGA)의 복음통일아카데미 2기 생도로 강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이곳에 오기까지 오랫동안 아주 멀리 돌아온 느낌이 든다. 그러나 나에게는 꼭 거쳐야 하는 길이었다.

 27년 전인 1996년, 미국에서 로스쿨을 졸업할 즈음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컸다. 1993년 3월 북한의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선언으로 본격화된 1994년 1차 북핵위기를 겪을 때 온 나라에 흘렀던 긴장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그때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을 실제 피부로 느끼고 북한에 대한 관심이 커진 상태에서 1996년 로스쿨 졸업을 앞두고 미국 CIA에서 낸 구인광고를 관심 있게 보고 지원했다.

CIA에서 북한 분석가(analyst)로 일하면서 북한을 막후에서 지켜보고 통일과정에 일정한 역할을 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 당시 미국 정보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허락치 않으시고 대신에 한국의 기업 로펌으로 보내셨다. 1998년 1월, 한국 로펌(법무법인 김장리)에 외국변호사로 합류한 이래 같은 로펌 소속으로 25년 이상 한국에서 투자, 사업, 취업 활동 등을 하려는 외국기업 또는 외국인 고객들을 위해 한국의 관련 법규와 제도를 정확하게 소개하는 업무를 주로 처리하면서 한국과 세계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서 25년 이상 겪어온 여러가지 일들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북한 관련 일을 시작하기 전 그에 필요한 세상의 기술과 지식을 미리 습득하도록 나를 연단하셨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복음통일아카데미를 처음 접한 후1996년에 북한 분석가로 일해보고 싶어 CIA에 지원했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복음통일아카데미 강의를 들으면서 북한과 관련한 내 역할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성경에서 답을 찾고 있다. 민수기에서 미지의 세계인 가나안을 사전 답사하는 임무를 띠고 가나안에 파견된 12인 중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나머지 10인을 주목한다. 가나안 답사를 마친 갈렙은 모세 앞에서 “우리가 곧 올라가서 그 땅을 취하자 능히 이기리라”라고 하지만, 갈렙과 여호수아를 제외한 나머지 10인은 “우리는 능히 올라가서 그 백성을 치지 못하리라 그들은 우리보다 강하니라”라고 반박한다 (민 13:30-31). 대다수가 이런 부정적인 보고를 하자 이스라엘 온 회중이 좌절하며 자신감을 잃고 하나님을 원망한다.

 북한을 대하는 우리의 모습은 미래에 대한 신앙적인 확신으로 가득 찬 여호수아나 갈렙이 아닌, 불신과 무지가 팽배한 나머지 10인과 이스라엘 회중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현재 한반도의 긴장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33,000여 명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이 남한 사회에서 우리와 공존한 지 이미 오래 되었지만 우리는 대체로 북한을 그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고 북한이탈주민을 제대로 이해하거나 포용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는 궁금해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북한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중 무엇이 진실인지, 이에 대해 “북한을 공부하면 답이 보인다”고 한 복음통일아카데미의 북한학 과목을 담당하는 정은찬 교수님의 단순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 인상적이었다.

 복음통일아카데미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세, 성경과 통일, 북한학, 독일 통일사, 북한이탈주민 사역, 기독교 통일경제 등 ‘피 흘림 없는 복음적 평화통일,’ 즉 복음통일에 관한 다방면의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여 북한을 바로 볼 수 있는 사고의 틀을 세우고 통일과 관련된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기독교인으로서, 그리고 평신도로서 미력하나마 내게도 통일을 위해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나님께서 25년이상 외국변호사로, 그리고 번역가로 한국과 외국을 잇는 다리 역할을 맡기셔서 나를 연단하셨다는 생각을 하면, 그동안 습득한 세상의 기술과 경험에 SaGA를 통해 얻은 북한 및 통일 관련 지식을 장착시켜 한국 교회가 복음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힘을 보태라는 사명을 주신 게 아닌가 싶다. 구체적으로는 한국의 시각에서, 또한 한국 교회의 시각에서 한국인의 통일에 대한 생각과 비전, 소망과 전략을 외국인을 대상으로 정확하게 영어로 전달하는 소통자(communicator)의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기에는 국내 전문가들의 북한 및 통일에 관한 글을 제대로 영문 번역하여 외국에 정확히 소개하거나, 교회 내의 통일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서의 한영·영한 통역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국내에서 외국변호사와 번역가로 활동하면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교회의 복음통일 사명을 위해 활용하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사랑의교회 북한사랑의선교부에서 최근 발간한, 남과 북의 영가족들이 하나님의 사랑으로 남한에서 통일공동체를 이룬 이야기들을 담은 ‘그냥, 가족’의 영문판 제작 작업에 공역자로 최근에 합류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27년 전 북한 분석가로 일하고 싶어했던 나를 하나님께서는 다른 길로 인도하셨고 SaGA 복음통일아카데미에 이제서야 다다르게 하셨다. 교회의 시각에서, 그리고 복음통일 관점에서 북한 분석가의 냉철한 통찰력을 지닌 글로벌 소통자로서의 역할을 부여할 계획이 있으셨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복음통일아카데미 은 정 생도

“우리는 이 세상에 보냄 받은 일터 선교사입니다.”

1. 삶의 예배자로서 일터 선교

사랑글로벌아카데미 개강 연합예배를 시작으로 일터선교&글로벌네트워크아카데미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강의실에 흘러나오는 찬양을 들으며, 생도들이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마음과 정성을 다한 기도로 먼저 하나님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리를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주셔서 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를 나눌 수 있게 해 주시고 세상에서는 누릴 수 없는 존귀한 존재로 세워주시고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고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할 수 있도록 초대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

수업을 통하여 하나님이 일하셨고 지금도 일하고 계시는 창조와 구속과 보존과 완성하시는 사역에 우리도 각 일터의 현장에서 하나님과 함께 동역할 수 있게 불러주신 것 자체가 큰 영광이며 축복인 것을 고백합니다.

강의에서 배우는 내용이 말씀이 되어 모든 만물의 주인 되신 하나님의 작정과 계획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 같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며, 생도들 각 일터의 현장에서 하나님 나라의 충직한 삶의 예배자, 일터 선교사로의 실제적인 열매의 결산을 꿈꿔봅니다.

2. 아름다운 연합, 코이노이아 SaGA 공동체

워킹크루 운영진들의 따뜻한 인사와, 생도들 한 사람 한 사람 기억해 주시고 살펴 주시는 이돈주 학장님의 화이팅 넘치시는 격려와 선한 목자의 심정으로 토닥거려 주시는 유종성 부학장님의 인도하심에 행복한 에너지를 받습니다. 강의실 현장의 가족 같은 생도와의 만남과 영상으로 참여하시는 각 지역 생도들의 반가운 모습, 매시간 수업을 인도해 주시는 강사님들의 열띤 강의의 모든 것이 예수님과 함께하는 일터선교&글로벌네트워크아카데미의 아름답고 신명 나는 수업의 현장 모습입니다.

대전에서 참여하시는 생도님들의 열띤 토론이 서울 생도들에게 생생한 공감이 되고 시 공간을 초월해서 영상으로 참여하시는 해외 생도님들의 모습이 감사의 도전이 됩니다. 생도들이 서로의 일터를 방문하고 식사의 교제와 삶의 나눔과 기도를 통해서 진정한 연합의 실제가 되어감에도 감사가 넘쳐납니다. 대전 새로남교회 생도들이 서울 사랑의교회를 방문하여 함께 수업을 듣고, 5월에는 대전으로 야유회를 겸한 답방 수업으로 서로의 연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짐에도 행복한 기대가 넘쳐납니다.

일터선교&글로벌네트워크아카데미 생도들이 이론과 학문이 아닌 실제의 열매가 있는 영적 집현전의 산실이 되기 위하여 삼위일체 하나님의 하나 되심과 같이 서로를 높이고, 서로를 배려하며, 서로를 사랑으로 섬기는 아름다운 코이노니아 공동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세상의 빛으로 온전한 회복과 충만과 샬롬의 새 창조로의 변혁을 이루게 하실 하나님께 감사와 존귀를 올려 드리며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일터선교사, SaGA공동체로 거듭나는 행복한 동행, 아름다운 연합으로 나아갑니다.

3. 우리의 기도, 소망의 간구

하나님이 창조하신 선하신 모습 그대로 우리의 삶의 현장이 온전함을 되찾기 원합니다. 죄성을 지닌 우리로 인해 만물이 탄식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예수님 십자가 보혈에 의지하여 하나님 앞으로 담대히 나아갑니다. 우리를 의롭게 여겨 주셔서 하나님의 선하신 일에 불러 주시고 이 세상에 보냄 받은 자로서 각자 주신 은사에 따라 교회와 세상을 섬기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일터 현장이 하나님과 함께 일하는 사역의 현장이요, 삶의 예배의 자리가 되기 원합니다.

예수님이 빛으로 오셔서 하나님 나라가 임하여 주신 것처럼 우리들 또한 세상의 빛 된 자로서 어둠을 밝히고 세상을 변혁시키는 하나님 나라의 일터선교사 되기를 소망합니다.

사무엘상 22장에는 아둘람 동굴에 모여든 사람들이 나옵니다. 다윗은 가드에서 돌아와 사울 왕의 핍박을 피해, 블레셋 남부에 위치한 아둘람 굴로 도망했습니다. 그곳에는 ‘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 400명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사울의 폭정과 횡포로 삶의 근거지를 잃어버리거나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로서 당시 현실에 대한 불만 세력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목표 잃은 유랑의 시간, 리미널리티(Liminality)

사울 왕의 정규 군사 권력에 의해 끝없이 쫓기던 다윗에게 유랑의 시간은 리미널리티(Liminality)의 시간이었습니다. 리미널리티의 개념은 20세기 초에 민속학자 아놀드 반 헤네프(Arnold van Gennep)에 의해 처음 개발되었고 나중에 빅터 터너(Victor Turner)에 의해 채택된 개념입니다. 인류학에서 ‘리미널리티’는 라틴어로 문턱을 뜻하는 말(līmen)에서 유래되었습니다. 리미널리티는 통과의례의 중간 단계에서 발생하는 모호성 또는 방향감각 상실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치르면서 전 국민이 경험한 승리의 희열은 전통적이거나 일상적이 아닌 일시적이고 폭발적인 축제적 일탈이면서도 “대한민국!”의 기치 아래 단단하게 통합되고 결속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통의 좌표에서 보면, 일상에 이탈한 시간이지만, 미래의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변혁의 터닝 포인트로 기록되는 시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로 시작된 SaGA의 시간은 예측하기 어려웠던 리니널리티의 시간이요 변혁의 시간입니다.

비정규군의 비대칭 전략 공동체, 코뮤니타스 (Communitas)

또한 아직 조직화되고 정규군화되지 않은 상태의 아둘람 굴 속 400명은 코뮤니타스(Communitas) 상태의 공동체입니다. 빅터 터너는 ‘코뮤니타스’를 ‘구조의 틈’, ‘구조의 가장자리’, ‘구조의 바닥’, ‘구조의 외부’에 존재하는 인류들을 모두 ‘코뮤니타스의 존재’라고 말합니다. 코뮤니타스는 ‘주변인’입니다. 주변인에는 노숙자, 장애인, 빈민, 광대, 죄수, 예언자 같은 사회적 약자들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아둘람 굴에 모여든 400명의 유랑민들을 코뮤니타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빅터 터너는, 이들은 위험성, 전염성, 무정부성, 익명성, 도덕성 등을 표상하는 ‘코뮤니타스의 존재들’이며, 코뮤니타스의 우발성과 즉각성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될 수는 없으며, 곧 구조를 발생시킨다고 보았습니다.

아둘람 굴로 도망친 다윗에게 아둘람 굴 속의 시간은 혼돈의 시간, 리미널리티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아둘람 굴 속에 몰려든 유랑민 400명은 코뮤니타스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둘람 굴의 리미널리티와 코뮤니타스는 다윗에게 왕권 구축의 기반이 되는 힘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표상하는 다윗의 신정 왕국은 미확정의 불안한 시간과 비정규군의 비대칭 전략 공동체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21세기 영적 집현전, SaGA 복음용사 공동체의 탄생

인류는 브레이크가 없어 보이는 세속적 인본주의와 과학적 무신론의 늪으로 빠져 들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목숨을 걸 세 명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하나님은 이 세 명을 토대로 약한 자가 강국을 이루는(사 60:22) ‘영적 제곱근의 기적’을 일으키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십니다. 하나님은 무명에서 유명을 창조하십니다.

헌신된 세 사람이 있으면, 미확정적인 리미널리티의 시간도 변혁의 역동적인 시간으로 바뀝니다. 헌신된 세 사람만 있으면, 역사의 주변인에 불과했던 비정규군도 하나님 나라의 정규군으로 무장될 수 있습니다.

헌신된 세 사람 주위로 전세계에서 글로벌 인재들이 21세기 영적 집현전 SaGA로 몰려들 것입니다. 몽골의 기마군대, 영국의 해양함대를 능가하는 복음 용사 사관생도 공동체로 우뚝 서게 될 것입니다. 연약해 보이고, 불안해 보이는 리미널리티의 시간과 코뮤니타스의 상황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오히려 강력하게 결속되고 무장된 21세기 SaGA 복음 용사로 일으키실 것입니다.

일터선교&글로벌네트워크아카데미
유종성 부학장